'스타 작가인 트루먼 카포테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광고용 삽화를 그리거나 구두 디자인을 하는 동안 고객의 요구에 토를 달지 않고 약속시간을 엄수함으로써 신뢰를 쌓는다.

유명인사가 참석하는 파티나 문화행사라면 어디라도 참석해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옆에 다가가 사진을 찍으며 아는 체를 한다.'

20세기 최고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에 관한 일화다.

미국 피츠버그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한살 때 뉴욕으로 이주한 뒤 '스타가 되겠다'는 일념 아래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각계각층에 다양한 인맥을 구축,생전에 예술가로서의 명성과 부(富)를 모두 거머쥐었다.

예술가답지 않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자신을 띄운 워홀의 예는 유명하거니와 능력 위주로 평가된다는 미국 사회에서도 '똑똑한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유능한 사람은 인맥이 많은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지금은 '무엇을 아는가(Know How)보다 누구를 아는가(Know Who)가 중요한 시대'라는 주장도 나왔다(존 팀펄리 '파워 인맥').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한 걸까.

국내 최고경영자(CEO) 5명 가운데 1명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습관'을 담은 사자성어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을 꼽았다는 소식이다(삼성경제연구소).독불장군처럼 굴지 않고 원만한 대인관계에 큰 비중을 뒀다는 얘기다.

이런 발표가 아니라도 유명인사 프로필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마당발이란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인맥이 얼마나 중시되는지 전하고도 남는다.

자식에게 다양한 인맥(커뮤니티)을 만들어주려고 서울 강남으로 이사하고 큰 교회로 옮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인맥의 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고만으로 안될 일이 될 턱은 없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상당수가 성공 비법으로 '순망치한'을 꼽았다는 사실은 성격 내지 자존심을 내세워 뻣뻣하게 굴곤 '남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인맥은 관심과 성실함으로 이뤄진다.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고 하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