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지분 매매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지면서 3년가량 끌어온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끝날지 여부에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해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와 관련,영국의 선데이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영국계 은행인 HSBC가 55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은행의 지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조건부 계약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서둘러 계약을 맺겠다는 HSBC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감독 당국이 승인 여부를 법원의 판결 이후로 미루고 있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금융회사인 HSBC는 이번이 한국에서 영업을 확대할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이르면 다음 달 중 교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SBC가 외환은행 행명이나 상장,고용 유지 등 본계약 체결 시점에나 밝힐 수 있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미리 공개한 것은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 아니라 외환은행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분석이다.

HSBC는 홍콩에 HSBC와 항셍은행이 공존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HSBC가 대주주인 교통은행과 함께 영업하고 있는 것처럼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경영하고 외환은행 해외 지점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이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점을 핑계로 인수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지연시킬 경우 외신을 통해 한국 내 반외자 정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사정에 밝은 한 금융계 인사는 "HSBC는 법원의 재판 결과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대주주 적격성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HSBC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인수 승인을 요청해 오더라도 이에 대한 심사를 법원의 판결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결이란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넘기는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한 판결을 말한다.

통상 법원의 판결이 3∼4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현재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은 3년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