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奎載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유일한 고용주가 국가인 나라에서는 '반대한다'는 것이 천천히 '굶어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과거의 원칙은 복종하지 않는 자는 먹지 못한다는 새로운 원칙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은 트로츠키였다.

이미 소비에트를 탈출해 망명 생활을 하던 1937년의 저술에서다.

물론 트로츠키가 걱정했던 '유일한 고용주가 국가인 나라'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북한이 남았다고 하겠지만 이 나라를 정상 국가로 볼 수는 없다.

더구나 국민을 제대로 고용하고 있지도 못하다.

한국의 국가 공무원 숫자가 이토록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유일한 고용주가 국가인 나라를 들먹이는 것은 분명 과장이요 오버다.

여전히 활기찬 국가이며 그 활력의 대부분은 경쟁하는 민간기업과 자유분방한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국가 예산을 GDP와 비교해 보더라도 아직 그 비중은 30% 대를 넘지는 않는다.

주된 고용은 여전히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고용주는 기업이며, 노동시장 역시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정부의 커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장·차관 숫자 만도 스물세명이나 늘어났고 공무원 머릿수도 5만명 가까이 이미 늘어났는데 또 불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공무원 100만명 시대가 내일 모레다.

이달 통계로도 95만7000명이다.

각종 산하 단체까지 합치면 얼마나 증가했는지 통계조차 잡기 어렵다.

공무원 1명당 투입비용은 월급과 임차료, 연금과 기타비용 따위를 합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원이다.

연공서열에 따라 장차 얼마나 많은 돈이 이들 공복을 먹여살리는데 들어가야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나중엔 누가 주인이요 공복인지 구분키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그 돈은 국민들의 호주머니 밖엔 나올 구멍이 없다.

최근 들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다는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반기 재정적자가 22조원이요 재정지출 진도가 62%다.

나중에 쓸 돈 당겨쓰는 것이요 이는 신용불량자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내년에 출범할 새정부는 빈 깡통에 빚만 잔뜩 지고 출발하라는 말이다.

무책임하고도 간교하다.

이 정부가 아예 국가를 거덜내는 것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면 차라리 한 10년은 더 정부를 맡겨 보자.공무원을 늘리면 전체 고용도 늘어난다고 생각한다면 두뇌의 용량을 의심할 일이다.

그러나 쇠귀에 경읽기다.

공무원 늘어나는 만큼 민간 고용은 필연적으로,그리고 승수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바로 그 때문에 세금 내고 남은 가처분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며 조세부담률은 이미 20%를 넘었다.

연금 따위를 더하면 소득의 3분의 1을 국가에 빼앗기고 있는 터다.

장관이라는 사람들도 자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부하들에게 보스 노릇 제대로 하려면 무조건 자리부터 늘려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장관 소리를 듣는다.

예전 정부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물며 공무원을 늘리는 것으로 고용정책을 삼겠다는 참여정부다.

명분만 있으면 늘리고 보는 것이 아예 버릇이 되었다.

더구나 대통령의 귀는 아주 얇다.

설명만 잘하면 통한다는 식이 아니라면 이렇게 될 수는 없다.

국무회의도 마찬가지다.

장·차관들 사이에는 "내가 찬성표 던져주었으니 당신도 우리 부서 인원 늘리는데 찬성표를 던져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국세청 외교부 경찰청 복지부 법무부 등은 최근에도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씩 정원을 또 늘렸다.

차라리 모든 국민을 공무원으로 전환시키면 어떨지 모르겠다.

"백명을 고용해 이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들에 대한 착취라고 생각하고 같은 수의 사람을 규제하고 명령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회"를 하이에크는 단언코 '노예로 가는 사회'라고 말했다.

매번 공무원 시험에 밀려드는 저 거대한 인파를 한번 보라! "우리는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급여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레닌이다.

정부가 유일한 고용주인 그런 사회 말이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