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수경씨는 은행 현금카드를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통장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 없이도 은행 자동화기기(CD·ATM)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없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만 추가로 입력하면 돈을 찾아 쓸 수 있다.

최씨는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다 기기 화면에 뜬 '무통장 무카드 서비스' 안내창을 보고 우연치 않게 이 서비스를 알게 됐다고 한다.

똑똑한 금융 소비자일수록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서비스

'무통장 무카드 서비스' 이외에도 고객들이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은행 서비스가 적지 않다.

신용카드 긴급 발급 서비스도 이용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통상 카드 신청에서부터 발급까지 1주일가량 걸리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3일 만에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을 때나 분실 뒤 재발급받을 때 모두 적용된다.

다만 카드 수령은 은행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다.

은행 지점에서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 공문을 작성하고 책임자 급의 결재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먼저 권하지 않는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드 긴급 서비스에 대해 별도로 교육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아는 은행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카드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드물다.

거래 은행의 체크카드를 이용하거나 카드 대금 청구서를 이메일로 받으면 한 달에 300~700원인 SMS 이용료를 면제받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드물지만 무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객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이로운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 알리지 않는 이유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알고 나면 더 편리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인터넷으로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고객도 많지 않다.

예적금 가입 시 인터넷 예적금담보대출 신청란에 서명을 하거나 별도의 약정서만 작성하면 나중에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 뱅킹으로 예적금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 창구를 통한 예적금담보대출처럼 예적금 금리에 1.5%포인트 가산된 금리로 예적금 잔액의 95% 범위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자신의 인터넷 뱅킹 계좌가 해킹당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국민은행은 인터넷 뱅킹 거래 직후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해당 고객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뒤 돈을 이체해주는 '인터넷 뱅킹 전화 승인 서비스'를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올해까지 이용료(월500원)를 면제해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일반전화나 휴대폰 번호를 포함해 최대 3개 전화번호를 ARS에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거액을 수시입출식예금(MMDA)에 맡길 때 협상만 잘 하면 고시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펀드 가입 시 메일링 서비스를 신청하면 매달 자신의 이메일로 펀드 운용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