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브랜드는 하나도 없고,전체 매출은 3위로 밀려날 위기에….' 작년 11월 LG상사로부터 분리,패션 전문기업으로 거듭난 LG패션의 고민이다.

신사복 부문에선 제일모직 갤럭시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고,헤지스(트래디셔널 캐주얼)와 라푸마(아웃도어)는 2위와도 매출 격차가 벌어진 채 3위권에 머물러 있다.

◆3위로 떨어지나…곤혹스런 LG패션

LG패션의 '현주소'는 전체 매출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올 상반기 LG패션은 3496억원의 매출을 기록,같은 기간 3720억원의 매출을 낸 코오롱 패션 계열 '3총사(FnC코오롱,코오롱패션,캠브리지)'에 밀렸다.

코오롱이 올 초 캠브리지를 인수하면서 '덩치'차이가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일모직과 더불어 국내 패션업계 '양대 산맥'으로 불려온 LG패션으로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만한 대목이다.

LG패션이 보유한 대표 브랜드들의 성적을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안 좋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남성 정장의 경우 지난해 LG패션 마에스트로의 매출은 1170억원으로 갤럭시(1210억원)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 LG패션이 들여온 닥스 역시 업계 3위에 그쳐 제일모직의 또 다른 브랜드인 로가디스(93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백화점 MD(상품 기획자)는 "마에스트로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인 쿠폰을 뿌리고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1등 브랜드를 키워라'

작년에 LG패션이 의욕적으로 들여온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푸마도 '우등생'은 아니란 게 업계의 평가다.

올 상반기에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가 각각 1300억원,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이 라푸마는 200억원에 그쳤다.

한 백화점 MD는 "라푸마는 대기업이 지원하는 브랜드답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웃도어 시장의 '빅4'는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콜롬비아,K2이고 라푸마는 순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라푸마의 고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스포츠가 30여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등 아웃도어 업계의 진입 장벽이 워낙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패션 관계자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 단계"라며 "로드숍 위주로 올해 전국 매장을 107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라푸마 매장은 88개다.

헤지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빈폴이 지난해 37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비해 헤지스는 800억원 안팎의 매출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빈폴,폴로가 강력한 1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헤지스는 타미힐피거 등과 함께 3위권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LG패션이 작년 11월 독립회사로 새출발,아직 본격적인 닻을 올린 것은 아닌 만큼 성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헤지스는 중국 현지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첫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위기는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