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후계자들의 코스닥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상장사로서는 호재가 되는 이벤트임이 틀림없지만 공시 전 이미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해 사전 정보유출 의혹이 일고 있는데다,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케이앤엔터테인먼트는 27일 장 시작 전 동국제강그룹 3~4세인 장수일, 장원영, 장세일, 장옥빈, 장준영씨 등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175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 장씨 일가는 각각 10억원씩을 투자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들은 케이앤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케이앤엔터테인먼트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케이앤컴퍼니는 나란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하지만 케이앤엔터의 주가는 공시가 나기 전인 지난 22일부터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며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23일과 24일엔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한 바 있다.

24일 발표한 감자 계획을 제외하면 별다른 재료가 없었던 터라 공시에 앞선 주가 급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만도 하다.

동일철강은 LG家 구본호씨의 경영권 인수로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 13일과 1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주가급등 사유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상황에서 16일 구본호씨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는 한층 더 힘을 받았다.

재료가 사전 노출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지만, 구씨가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마저 인수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무려 10일째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4배 가까이 급등했고, 구씨는 최초 매입 지분에 대해 지불했던 프리미엄을 모두 만회하고도 6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상태다.

하지만 재벌 후계자들이 투자에 나선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구씨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국내 테마파크 사업을 겨냥해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한 엠피씨도 공시 이전부터 시작해 7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탄력이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만3100원까지 올랐다 1만원 아래로 되밀리기도 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또 매기가 집중되며 1만1500원으로 급등하고 있다.

김영집 엔디코프 전 대표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 젊은 재벌 인사들이 대거 투자하기로 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코디너스(옛 엠비즈네트웍스)도 초반 약발이 떨어진 이후 출렁임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 주식의 경우 특히 장 중 변동성이 커 여간해선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재벌가 인사 등 유명인들이 투자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에 적극 참여하거나 펀더멘털상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에서 시류에 휩쓸려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잇다.

굿모닝투자증권의 정의석 투자전략부장은 "이들이 가진 비즈니스 네트웍 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칫 코스닥 시장이 유명인들의 배만 불려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사업 수완보다는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 프리미엄에 시장이 지나치게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투자자들 스스로가 이러한 리스크를 현명하게 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시 이전 주가가 움직이는 등 정보 유출 등의 혐의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내려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