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허리케인 '딘(Dean)'이 멕시코만을 강타하자 여러가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력이 우리의 통제력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지적은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들어온 것이다.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들은 허리케인 딘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기를 경고했다.

정치가에서 환경주의자로 돌아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2040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재해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는 고어는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 재해에 취약한 저지대나 해안가로 몰려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과 지구를 자연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조치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가 별로 없는 방법이다.

우리가 자연 재해 취약지역에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 채 지구 온난화에만 몰두할 경우엔 향후 50년 동안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액이 500% 늘어날 것이다.

반면 지구 온난화 문제는 일단 제쳐 두고 취약 지구의 인구 유입을 막는 조치를 위한다면 피해액 증가율은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미국과 호주가 교토 의정서에 서명을 하고 탄소 배출을 막는 각종 규제 정책을 2050년까지 꾸준히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교토 의정서에 서명을 하든 안하든 허리케인 피해는 별반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이런 것보다는 정책 입안자들이 건축 기준을 강화해 건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제방 등 자연재해를 막는 안전시설을 새로 만들거나 수리하는 게 훨씬 낫다.

돈도 적게 드는데다 효과도 훨씬 크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정밀하게 추적한 한 보험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500개 지역 가운데 재해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 신경을 쓴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피해 규모가 8분의 1에 불과했다.

어떤 지역은 250만달러를 들여 5억달러의 피해를 막기도 했다.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을 더 싸게 만드는 데도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교토의정서에 매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교토의정서는 수조달러의 돈이 들어가는 반면 피해는 겨우 0.5% 정도 줄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값싼 청정 에너지 개발은 적은 돈으로도 수백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극심한 자연재해를 피해가는 방법으로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단 하나의 해결책에만 주목했다.

물론 기후 변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비외른 롬보르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폭풍 해일(Storm Surg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