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섰음을 증명하는 차가 나왔다. 이 회사가 주로 유럽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해치백 i30가 그것이다.

우선 유럽풍의 세련된 디자인이 눈에 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옆에서 바라본 모습. 차량 옆면에 여러 개의 캐릭터라인을 만들고 앞뒤 오버행(범퍼에서 바퀴까지의 거리)을 짧게 해 날렵한 느낌을 냈다. 차량 지붕이 뒷좌석 부분에 이르러 아래로 살짝 처지며 곡선을 이루는 모습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i30의 경쟁 모델로 설정한 폭스바겐 골프보다는 BMW의 소형차 1시리즈를 더 많이 빼닮은 모습이다.

후면부 디자인은 콤비네이션램프가 위아래로 길게 처리된 것이 특징이다. 지붕까지 치켜올라간 콤비네이션램프와 뒷면 유리창,해치 게이트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뒷모습을 만들어냈다. 옆에서 볼 때도 차량 뒷면 윗부분에 콤비네이션램프가 길게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간 해치백 차량이 전반적으로 세련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후면부만큼은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했던 점에 비춰 보면 현대차의 디자인 역량이 그만큼 발전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의 푸른색 조명이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의 디자인과 질감에서도 이제 현대차 고유의 감각이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최고 출력 121마력,최대 토크 15.6kgㆍm의 성능은 배기량 1600cc급 차량으로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커브길에서는 운전대가 민감하게 반응해 경쾌한 핸들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가속할 때 차 뒷부분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음이 큰 편이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딱딱한 느낌으로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안락한 승차감을 중시하는 국내 운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뒷좌석 승차감이 불편한 것도 흠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도록 시트가 설계된 탓이다. 열쇠 없이 바로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도 이 등급의 차량에는 사치스러운 감이 있다.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연비는 ℓ당 13.8km,가격은 1410만~1855만원. 가격은 3000만원을 넘는 수입 해치백 차량에 비해서는 저렴하지만 이 차의 주요 수요층인 20~30대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