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공계, 공돌이를 버려라' 저자 제언

김송호 < 홍진씨엔텍 대표 >

최근 이공계 위기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면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기술 개발 연구비 증액''기술자에 대한 병역 특례 확대''장학금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가 하면,제조업 살리기를 위한 이공계 살리기보다는 금융 산업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공계 기피의 근본 원인만 냉정하게 파악한다면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이공계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시대적인 변화다.

산업 사회에서 이공계 기술자들의 주요 임무는 과거의 축적된 경험을 배워 현장에 응용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기술은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능력과 연산 능력의 향상으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공계 교육 체계는 아직 단순 기술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는 필요한 인력보다 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홀대받고 있다.

필자가 대학에 진학하던 1975년만 해도 고교 졸업생 26만 명 중 대학 진학자는 7만 명 정도였다.

이공계 비율을 30∼40%가량이라고 한다면 이공계 대학 졸업자는 대략 2만∼3만명쯤 되었다.

이 숫자는 공장이나 연구소의 수요와 거의 맞아떨어지는 수치였다.

하지만 2006년에는 57만명의 고교 졸업생 중 47만명이 대학에 진학했고,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대략 14만∼19만명 정도 된다.

그런데 이공계 졸업생에 대한 수요는 제조업의 해외 이전,단순 기술의 컴퓨터 대체 등 여러 이유로 2만∼3만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수요는 비슷한데 공급이 늘었으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로 이공계 기술자들은 평생직장이 보장되던 1970년대식 교육(기술이 내 인생을 보장한다)을 아직도 받고 있어 직장에서 밀려나면 낙오자로 전락한다.

인생 후반에 무기력한 낙오자가 되는 선배들을 보는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 가고 싶겠는가?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공장이나 연구소 취업을 목표로만 하지 말고 의료계 법조계 금융계 경영계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공학교육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공계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기술(하드스킬) 위주의 교육보다는 소프트스킬(커뮤니케이션 등)을 보완하도록 해서 영업 경영 등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 기술 연구·개발 인력에게는 하드스킬이 중요하지만 그 비율은 전체 이공계 기술자의 1% 이하로 추정된다.

요즘 공대 입학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대학진학률이 30%였던 1970년대 학생과 80%인 현재의 이공계 학생이 같은 수준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미적분에 능통한 학생은 상위 1% 정도로 족하다.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셋째,세계 1등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비 증액,우수 연구 인력에 대한 병역 특례 및 장학금 확대 등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별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대다수의 이공계 인력에 대한 위기 해결책과는 별도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이공계 위기는 연구비 증액,병역 특례 확대 등 정부 지원으로 첨단기술 분야를 키우는 방향과 스프트스킬 향상 등 일반 기술자를 지식기술자로 바꾸는 방법으로 이원화한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으며,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