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개원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이 지난 17일 1기 졸업생 38명을 배출했다.

모든 수업을 100% 영어로 하는 MBA스쿨답게 SK경영관에서 열린 졸업식도 영어로 진행됐다.

최우수 졸업생인 최진욱씨(29·미국 국적 교포)는 "지난 1년간의 고생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졸업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서울대 MBA스쿨을 통해 경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가 9월부터 다니는 새 직장은 외국계 사모펀드 운영사인 IMM인베스트먼트.이 회사는 최씨에게 1억2000만원의 연봉을 약속했다.

MBA스쿨 입학 전에 받았던 연봉보다 3배나 많은 액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레라 대학을 졸업한 최씨는 미국에서 자기 사업을 하다 동부아남반도체에 입사했다.

모국인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부아남반도체가 그에게 맡긴 일은 해외영업.처음에는 일이 재미 있었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입사 2년 만에 MBA행을 결심했다.

"모든 수강생이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이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동부아남반도체에서 일한 경력 덕에 한국의 학교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의 실력이 출중해 교수님한테 배운 것 이상을 동료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대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근무하다 서울대 MBA스쿨에 입학한 이동환씨(32)는 대한생명 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삼성SDS 시절보다 2000만원 오른 5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대학시절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선배들로부터 '금융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갖추는 것이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 삼성SDS에 입사했죠.그리고 금융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 MBA스쿨에 입학했어요.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이씨에게 갓 개원한 한국의 MBA스쿨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처음에는 또래 친구들이 서울대 MBA행을 모두 말렸다"며 "개교 초기의 졸업생들이 학교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도교수들이 한 명 한 명을 열성적으로 지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서울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당시 입학을 만류했던 친구들의 상당수가 서울대 MBA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벤처기업인 '시큐이즈'를 거쳐 서울대 MBA스쿨 1기생으로 입학한 김도영씨(33) 역시 MBA스쿨을 통해 금융맨으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그의 새 직장은 삼성증권 M&A팀이다.

학부 졸업 후 삼성SDS에 입사했던 김씨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벤처회사에 들어갔다.

"작은 회사에서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회계,재무 등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빠른 시간 내에 경영을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했죠."

김씨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사람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MBA 과정을 밟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서울대를 선택했다.

그는 "서울대 MBA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인맥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MBA 과정을 밟아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알아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MBA스쿨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서울대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요구하면 행정실이 하루 이틀 만에 문제를 해결해 줬다"고 답했다.

서울대 MBA스쿨 3인방은 오는 9월 새로운 직장 출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진욱씨는 "MBA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과제를 받아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맷집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