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의 40대 김모씨.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축구와 등산을 즐겼지만 언제인가부터 운동하면 숨이 차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날이 갈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은 예전보다 심하게 두근거렸다.

결국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를 찾아갔다.

활동심전도 및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받으니 심방세동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심장을 뛰게 해주는 심방 내의 수많은 곳에서 무질서한 전기 자극이 생겨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못하는 질환이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가운데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유형이었다.

김씨는 충격을 받았다.

심장병은 대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후에는 예전과 같은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게 되면 회복도 빠르고 일상적인 상황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설명에 반신반의하며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전극도자 절제술은 전선과 같은 가느다란 기구를 심장 근육에 밀어넣고 비정상적 박동을 보이는 부위에 고주파 열에너지를 투사해 부정맥 현상을 바로잡는 치료법이다.

그 결과 김씨는 시술 3일 만에 퇴원할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현재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좋아하던 등산을 즐기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1994년 국내 처음으로 부정맥을 집중 치료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영훈 박희남 임홍희 교수 등 전문 진료팀이 3차원 영상시스템 등 첨단기기를 활용해 연간 400여명의 부정맥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 중 심방세동 전극도자술은 2003년 이후 500여건에 달해 세계적 수준이다.

특히 치료 성적은 2년 이하의 발작성 심방세동일 경우 치료 후 84%가 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완치했고 2년 이상의 만성 심방세동은 65%가 시술 1년 후에 이렇다 할 이상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40여명의 외국 의료진들이 노하우를 배우러 다녀갔다.

김영훈 센터장은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발병률은 7∼10%로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다"며 "전극도자 절제술은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