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언론 간에는 외교부 장관이 매주 수요일마다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한다는 약속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수요일인 22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아무 설명 없이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무려 6주째 결석이다.

외교부에 확인하니 "아프간 인질 사태가 진행되고 있어 공개적으로 설명할 게 없다"고 했다.

속내를 알아 보니 외교부 브리핑룸이 공사에 들어가야 하니 쓰지 말라는 국정홍보처의 협조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외교부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없애고 17개 부처 통합 브리핑룸으로 개조한다는 게 국정홍보처 계획이다.

외교부 기자들이 꿈쩍하지 않아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아무튼 브리핑룸을 비워 달라는 정부 방침을 준수한 것이다.

국정홍보처와 외교부 기자단이 각각 '취재지원 선진화'와 '취재권 사수'를 놓고 전쟁을 벌이는 통에 외교부는 양쪽 눈치를 보다 장관 정례 브리핑의 기능을 스스로 정지시켜 버렸다.

국정홍보처는 이미 청사 별관 1층에 통합 브리핑룸을 만들어 놨지만 공간이 내외신 기자가 다 들어가기에 턱없이 좁은 데다 외교부가 앞서 새 공간에서 시험삼아 실시한 두 차례 브리핑에는 기자들이 한두 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장관 브리핑을 하기에 장소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지난 6주 동안 9월 북핵 6자회담과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실무 회의가 계속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뒤 한 차례 연기까지 됐는데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 송 장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는 언론과 국민에 한 번도 전달되지 않았다.

28~29일에는 제네바에서 6자회담 북·미 관계정상화 회의가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의 속도를 결정할 중요한 회의다.

국정홍보처의 '취재선진화 방안'을 준수하느라 외교부가 존재하는 브리핑룸을 없는 척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정홍보처가 최근 각 부처에 회람시킨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에 따르면 정부 기관은 정책 현안에 관한 언론과의 정책 소통 기회를 제공(8조)하고 브리핑은 장관,차관,대변인을 중심으로 실시(31조)하게 돼 있다.

정지영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