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중국에 적잖은 채팅친구를 두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다.

일 주일에 두세 번은 외국어로 대화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친구와의 채팅은 정치적으로,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당시 접속을 시도했다면 보안당국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기자는 인터넷의 혜택을 만끽하며 중국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인터넷 고립국가인 북한이 국경없는 인터넷 세상 속으로 들어온다는 정보를 지난 14일 처음 접했다.

오는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정례회의에서 북한의 국가도메인으로 '. kp'(닷케이피)가 승인될 것이란 소식이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바로 중국친구가 생각났다.

10년 전에 불가능했던 중국친구와의 채팅을 지금 즐기고 있는 것처럼 10년 뒤인 2017년께 북한친구와 채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런 기대감은 자연 상상으로 이어졌다.

북한 노동신문 기자가 쓴 칼럼을 보고 댓글을 달고 메신저로 대화하고 사진을 퍼나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기자의 블로그에 북한친구가 댓글을 다는 모습도 떠올랐다.

칠팔순 나이인 이산가족들이 굳이 금강산에 가지 않고도 화상채팅을 하며 대면할 날도 생각해봤다.

일상생활과 날씨 정보를 교환하고,온라인으로 바둑을 두고,싸이월드 일촌을 맺는 장면도 상상해봤다.

더 나아가 당국자 간에는 핫라인이 아니라 핫메신저를 설치하고 경제교류 관련 문서교환은 이메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현재로선 상상에 불과하다.

북한이 국가도메인을 갖더라도 이런 것들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다.

북한이 인터넷물결에 합류한다 하더라도 인터넷을 전면적으로 개방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너무나 명백하다.

컴퓨터가 없는 일반 주민들은 수년 뒤에나 외부세계와 접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는 인터넷의 힘을 알고 있다.

오프라인 정상회담보다 더 빨리 인터넷은 북한을 온라인으로 개방시킬지도 모른다.

10년 뒤 북한이 중국처럼 인터넷 개방 국가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임원기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