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들어서면 대우차 행렬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 잡는다.

넥시아(한국모델명 시에로) 마티즈 라세티 등 낯익은 대우차 브랜드가 중앙대로는 물론 주차공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벤츠와 같은 유럽산은 물론 러시아산 라다와 볼가도 대우차의 위세에 눌려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대우차를 생산하는 우즈대우가 이미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넘어간 사실 때문에 뿌듯함이 이내 아쉬움으로 바뀐다.

그리고 한때 중앙아시아에 건설된 대우왕국의 붕괴에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된다.

대우는 1990년대 외국 투자의 볼모지나 다름없는 중앙아시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자동차 전자 섬유 등 제조업체는 물론 건설 은행,그리고 이동통신회사까지 운영했다.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도 대우의 이 같은 위세를 인정,김우중 당시 회장을 '킴 기즈칸'으로 불렀다.

하지만 이 왕국은 2000년 대우그룹이 부도사태를 맞자 '헐값'에 와해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우즈대우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국내 채권단은 2년 전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1억1000만달러에 보유 지분을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모두 넘겼다.

우즈대우의 연간 생산대수가 15만대를 넘어 조만간 20만대에 육박할 것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헐값 매각이 분명하다.

현재 GM대우가 우즈대우 인수를 위해 5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전무(중앙아시아 총괄)는 "중앙아시아의 경우 자산 가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그 나라의 수입관세 및 유통정책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어렵게 쌓은 탑을 너무 쉽게 무너트린 데 일침을 가했다.

대우는 지금 중앙아시아에서 구토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 갑을의 페르가나 공장을 인수,면방사업을 확대했으며,대우 브랜드의 인지도를 십분 활용해 전자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중앙아시아가 자원의 보고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전 이 지역을 선점했던 대우의 선견지명이 또다시 그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