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한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뉴욕증시를 비롯 세계 증시가 동반 추락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행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모기지 업체에 대해 대출한도를 확대키로 하면서 일단 안정세를 회복하긴 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와 채무자들의 연체 증가에서 비롯된 이번 파문이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진 것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진전과 함께 미국의 문제가 더 이상 미국 내 문제로만 머물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이런 연결고리의 중심에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뮤추얼펀드 같은 펀드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펀드가 온갖 형태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그 영향이 세계금융시장과 투자자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를 보자.신용도가 떨어지는 주택소유자들이 높은 대출금리로 모기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모기지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또 은행은 이 채권을 담보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같은 투자자들에게 다시 판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채무자들이 무난히 돈을 갚으면 괜찮지만 원리금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처지에 빠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모기지업체는 물론 은행과 헤지펀드들까지 연쇄적으로 큰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까닭이다.

그리되면 금융업체나 헤지펀드들은 자금확보나 손실축소 등을 겨냥해 고위험 채권이나 리스크 부담이 큰 신흥시장 주식을 서둘러 내다팔게 마련이다.

우리 증시에서 최근 외국인들이 연일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매물을 퍼부은 게 좋은 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금융업체와 펀드업계가 입을 직접적 손실은 10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것도 그런 연유다.

사실 펀드자본이 흔들릴 경우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달리고 부동산 원자재 곡물 미술품에 이르는 온갖 자산 가격이 상승가도를 줄달음한 데는 헤지펀드가 큰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매입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니 운용규모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자산을 사들이는 순환구조가 이어져왔다.

문제는 이런 순환구조의 한 귀퉁이가 무너질 경우다.

자산가격 상승 과정과는 정반대의 과정으로 자산가치가 하락추세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자본이 다양한 투자를 해온 데 비례해 그런 문제 또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그런 점에서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FOMC 통화정책 성명서가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됐고 가계 및 기업 신용이 경색됐으며 주택부문의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한 점이 시사하듯 이번 사태는 일단 잠복했을 뿐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알트에이 모기지나 프라임모기지 분야로까지 파문이 확대되고 세계금융시장이 또다시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걱정이 단지 기우에 그치길 바라지만.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