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정기에는 신흥 증시(이머징마켓)가 큰 충격을 받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선진 증시의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전 세계 증시의 동반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머징마켓은 대부분 주가지수 60일 이동평균선 근처에서 양호한 조정을 겪고 있는 반면 선진국 증시에선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선'까지 추락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머징마켓 대표주자인 한국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5일 사상 최고치에 오른 후 급조정을 맞았지만 하락률은 7.4%(6일 종가 기준)로 선방 중이다.

60일 이동평균선인 1780선이 한번도 깨지지 않아 아직까지 '건강한 조정' 국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와 인도 증시도 직전 고점 대비 하락률이 각각 7.0%와 5.6%로 상대적으로 작다.

두 나라 증시도 60일선 근처에서 어김없이 반등했다.

또 브라질과 대만은 하락폭이 8%로 좀 큰 편이지만 역시 60일선에서 치열한 매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일본 호주 등은 일제히 120일 이동평균선까지 주가가 추락했다.

프랑스는 고점 대비 하락률이 9.3%에 달했고 독일과 영국도 8% 안팎의 비교적 큰 낙폭을 보이며 전부 120일선까지 밀렸다.

미국 다우지수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60일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정의 빌미가 된 신용경색의 피해가 금융 선진국에서 더 크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인한 신용경색 현상이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는 점이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고성장이 아시아 증시의 상대적인 호조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12%에 육박한 점이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낙폭을 줄였다"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