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도입키로 한 동의명령제는 잘만 운용된다면 기업은 물론 정부나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해 볼 만한 제도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경쟁당국과 사업자가 합의를 통해 시정방안을 결정하고 이를 이행키로 하면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제재없이 종결하게 되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이 제도는 당국 입장에서는 사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기업은 정부의 일방적인 제재조치에 따른 이미지 손상과 법적분쟁으로 인한 비용을 회피(回避)할 수 있게 된다.

또 소비자들도 보다 빨리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미국 등 선진 각국이 형태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공정위의 이번 입법예고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우리가 도입할 예정인 동의명령제의 내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제한적인 데다 운용하기에 따라 자칫 기업활동에 오히려 더 많은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이나 사업자단체의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담합 등은 그 위법성이 행정조치로 마무리해서는 안될 정도로 크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모든 공정법 위반행위를 제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부처간 힘겨루기 차원에서 제도가 불완전하게 운용(運用)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또 동의명령의 내용에 '과징금 부과'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위법성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설령 그 명칭을 '과징금'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하더라도 시정조치는 그것대로 이행시키면서 벌과금과 유사한 제재조치를 함께 취하겠다는 것은 이중처벌이나 다름 없다.

더구나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해온 공정위의 그간 행태를 감안하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뿐만 아니라 동의명령제는 공법상 시정조치의 일환이기 때문에 별도의 민사소송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법리상으로 따지면 당연한 것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시정조치 이행과는 별개로 다시 소송에 휘말려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한 보완책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동의명령제 성패는 어떤 자세로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