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미국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최소 앞으로 2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회복세를 보이는 미 경기도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릴린치 등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직접 타격을 받은 것은 역시 주택 경기다.

모기지 회사 등이 대출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대출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고 대출을 갈아타는 리파이낸싱도 어려워지면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자에서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의 잰 해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요건이 매우 엄격해지면서 작년 같으면 대출받을 수 있었던 사람 중 최소 10~15%가 대출받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주택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압류당하는 주택 등으로 인해 공급 물량이 증가해 수요공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말 현재 기존 주택 매물은 420만채,신규 주택 매물은 50만채나 쌓여 이것이 소화되는 데만도 8개월 반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압류 주택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데 있다.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한 채무 불이행자는 작년에만 92만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51만채의 주택이 금융회사에 압류됐다.

채무 불이행자는 올해 120만명,내년엔 13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압류 주택도 올해 76만채,내년엔 93만채로 늘 것이란 게 무디스의 예상이다.

주택 경기가 그만큼 침체될 수밖에 없다.

윌리엄 위튼 MIT대 교수는 "지난 10년간의 주택경기 호황으로 500만명의 세입자가 집을 소유하게 됐으나 이들 중 3분의 2가량은 다시 세입자 신세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한 주택경기 회복은 2009년이나 2010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고 기간도 길어짐에 따라 증시와 경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주 대출 중단을 선언했던 아메리칸 홈 모기지는 이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용시장 경색 여파로 긴 약세장이 도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도 그리 좋지 않다.

지난 6월 중 소비 지출과 산업생산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지난달 실업률이 4.6%로 상승하는 등 그동안 왕성한 소비 활동을 뒷받침하던 고용 시장마저 삐걱대고 있다.

게다가 6월 중 내구재 주문이 1.4%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신용경색 조짐으로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둔화될 조짐이 역력하다.

미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빠른 회복세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선 3분기 미국 경제가 일시적 경기 둔화 현상인 '소프트 패치(soft patch)'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FRB가 기준 금리를 시장의 기대보다 더 빠르게,더 큰 폭으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론 올 연말까지 연 4.5%(현재 연 5.25%)로 인하한 뒤 내년 중순까지 3.75%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