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택배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에스텍서비스(대표 박철원)의 기획·마케팅 담당 황호림 과장(37)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최근 서울지하철 1~4호선 역사 내 물품보관함과 택배 개념을 결합한 '이지라커' 서비스가 본격 시작됐기 때문.

이지라커 서비스는 황 과장이 2005년 초 에스원 경호원 생활을 접고 시큐리티 솔루션을 개발하는 자회사 에스텍으로 옮긴 지 2년 만에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첫 작품이다.

그는 이지라커와 관련한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각종 제휴 사업을 진행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일이 즐겁기만 하다.

황 과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국체육대학에서 복싱을 전공한 그는 다른 무술에도 관심이 많아 태권도 3단,합기도 3단,유도 3단,검도 3단 등 국가 공인 무술만 도합 12단을 땄다.

그러나 1991년 말 바르셀로나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게 된 그는 챔피언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군 입대했고 제대한 1995년 삼성 계열 보안회사인 에스원에 입사했다.

11년간 에스원에 근무하면서 삼성그룹 내 핵심 요인 및 관련 행사의 경호 업무를 맡았던 황 과장은 수많은 VIP들 중 1998년 US골프 여자오픈 우승으로 일약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박세리 선수의 귀국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박 선수의 고향인 대전에서 카 퍼레이드 등 공식 행사를 마치고 한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던 때였죠. 그 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저를 깨우더라고요. 박 선수였죠.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겁니다. 한밤중에 떡볶이를 찾는 박 선수를 보니 '그래도 아직 어린애구나' 싶더라고요. 할 수 없이 함께 충남대 먹자 골목으로 갔는데 박 선수를 알아본 시민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황 과장은 11년간 단순 경호·보안 업무만을 맡다 보니 자연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때마침 그의 인내심 추진력 등을 눈여겨 보던 이강표 에스텍서비스 상무의 제의로 2005년 회사를 옮겼다.

"에스텍으로 오면서 무인 택배시스템의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3개월간 매일 세 시간씩 자며 공부했습니다. 남들 퇴근한 후에도 남아 독학으로 공부했죠."

또한 시장 조사를 하면서 맞벌이 부부의 급증으로 낮 시간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없거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택배물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의 니즈에 착안한 서비스가 바로 이지라커다.

인근 지하철역 내 이지라커에 물건을 맡긴 뒤 택배를 신청하면 약 세 시간 만에 다른 역 이지라커에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비용도 6000원으로 1만5000원 정도 하는 퀵 서비스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먼저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에 제안했지만 설득이 쉽지 않았다.

이 때의 스트레스로 87kg이었던 몸무게가 65kg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 마침내 작년 9월 서울지하철 1~4호선 역사 내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호기 기자/한은희 인턴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