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 등기이사직만 유지

美법인 대표에 남궁훈씨

NHN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김범수 NHN USA 대표(41)가 NHN을 떠난다.

NHN은 7일 미국 현지법인 NHN USA의 대표이사로 남궁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달 말 사임하고 NHN 비상임 등기이사로만 남는다.

김 대표는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이듬해 이해진 대표(현 NHN 이사회 의장)가 이끄는 네이버컴과 합병,NHN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 또는 공동대표로서 NHN을 이끌었으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NHN USA 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NHN USA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벤처기업 관련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김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해외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후배 벤처기업인들을 도와 우리나라 벤처산업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NHN 관계자는 "김 대표가 평소 '국내에는 기술력 있고 해외로 나가면 통할 만한 벤처기업이 많은데 길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아니고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자문을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달 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진이 그 전에 결정됐다는 얘기다.

NHN은 김 대표 퇴진에 대해 "NHN USA가 지난 5월 게임포털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안정화 단계를 거쳐 본격적 성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N USA 신임 대표로 선임된 남궁훈씨는 1972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으며 김 대표와 함께 삼성SDS를 그만두고 한게임 창업 초기부터 김 대표를 도왔다.

NHN에서는 한게임 사업부장,엔터테인먼트 사업부장,한국 게임총괄 등을 맡았다.

NHN USA가 운영하는 게임포털 이지닷컴(www.ijji.com)은 누적회원 350만명,최고 동시접속자 2만6000명을 달성했다.

NHN은 남궁훈 대표 선임을 계기로 NHN USA가 현지화된 서비스를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가 NHN을 떠나기로 함에 따라 NHN 지분 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 최대주주인 이해진 의장(5.19%)에 이어 2대주주(1.9%)이다.

이 의장 지분에 김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도 10.7%밖에 안 된다.

김 대표 지분이 이탈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10% 밑으로 떨어진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다 보니 증권가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누군가 작심하고 덤벼들면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53.3%에 달했다.

김 대표가 벤처기업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할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NHN 측은 김 대표가 이 의장의 특수관계인에서 당장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상근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만큼 특수관계인 자격이 유지된다는 것.설사 김 대표가 지분을 처분한다 해도 회사 측에서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