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한국인 인질 2명이 살해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인질 석방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은 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구출작전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그 의도가 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탈레반이 납치 초기부터 "구출작전을 시작하면 인질을 모두 죽이겠다"는 위협과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아프간 정부가 갑자기 구출작전 카드를 만지작거렸기 때문이다.

사실 인질 구출작전은 '최후의, 그러나 가장 위험한 옵션'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탈레반 인질 납치사건이 해결되는데 보통 5∼6주가 걸렸음을 감안하면 인질 2명이 잇따라 살해됐긴 했지만 납치 2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프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성급한 느낌마저 줄 정도다.

아프간 정부는 납치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하더니 탈레반이 최종 협상시한이라고 못박으며 압박을 가했던 1일에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가즈니주에 군사작전 개시와 주민 소개령을 알리는 전단을 이례적으로 살포했다.

납치사건 이후에도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은 다른 지역에서 탈레반 소탕작전을 강화했지만 납치사건 발생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예고한 것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1일 하루 아프간 정부의 입장의 변화도 미묘하다.

가즈니주에서 실제로 폭격 등 물리적 공격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구출작전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프간 국방부는 "통상적인 군사작전일 뿐 구출작전이 아니다"라고 즉시 해명한 것이다.

이후 구출작전이 오보라는 정정보도가 나오자 아프간 내무부는 아예 "군사작전이 전혀 없었다"며 "전단을 뿌리거나 병력을 이동하는 것은 국방부 소관이므로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국방부도 "전단은 카라바그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포한 것"이라고 입장을 살짝 틀었다.

이같은 아프간 정부의 '오락가락식' 행보로 볼 때 아프간 정부는 실제로 인질 구출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단 살포와 긴장감이 부풀대로 부푼 지역에서 군사작전설을 흘려 '풍선'을 띄운 뒤 탈레반은 물론 한국 정부와 국제 사회의 표정 변화를 전략적으로 살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끼여 결정을 주저하는 아프간 정부는 최후의 상황에 대비, 관련국의 움직임을 '사전 조사'하는 차원에서 이날 '군사 액션'을 취했다는 풀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에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미국에 보임으로써 미국에 '결단을 내려달라'는 사인을 간접적으로 건네려는 의도로도 읽힐 수 있다.

또 거꾸로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인질문제에 대한 부담을 던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든 구출작전을 감행할 경우 추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카드는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