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5.2%인상.생계비 150% 지급 잠정 합의안 부결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요구가 끝이 없다. 회사 측이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동안 계속된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약속했으나 조합원들은 더 많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27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지난 26일 전체 조합원 2만8290명 중 2만7851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1만4892명(53.5%)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기아車 노조 '끝없는 이기주의'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겨우 영업적자에서 벗어난 기아차의 향후 경영 전망에 노사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기아차는 2분기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계기로 흑자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경영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나 이번 잠정 합의안 부결로 이 같은 목표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사가 재협상에 들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재협상 과정에서 파업 또는 추가 임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환율 하락과 경쟁 업체들의 공세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경영 상황을 외면한 투표 결과"라며 "흑자기조 유지의 최대 관건은 노사 관계 안정인데 잠정 합의안이 부결됨으로써 또다시 파업의 악순환이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의 합의안 부결은 이미 예견됐었다. 노사 합의안이 나온 다음 날인 25일 노조 측 교섭위원 17명 중 3분의 1이 넘는 6명이 "노조 집행부가 사측의 협상 일정에 끌려다니느라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서둘러 교섭을 끝냈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아차는 2분기에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하다"며 "영업이익률을 최소한 3~4%대로 끌어올려야 안정된 수익 구조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다음 주 여름휴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노사가 추가 협상을 거쳐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최소 2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협상을 재개해 새로운 노사 합의안을 내는 데까지는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며 "8월 중순까지는 임금 협상을 최종 마무리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4일 △기본급 7만5000원 인상(5.2%) △생계비 부족분으로 통상임금의 150% 지급 △품질 목표 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