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리플리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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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알랭 들롱이 열연한 이 영화는 지금도 추억의 명화로 꼽힌다.
지중해의 맑은 태양 아래 펼쳐지는 환상적인 자연풍광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지만,야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영국의 여류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인데,영화의 주인공도 '리플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재벌의 아들인 친구 그린리프를 죽이고서,죽은 친구로 신분을 위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이 먹혀 들면서 완전범죄로 끝나는 듯했지만,결국 죽은 친구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모든 일이 들통나게 된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이 리플리가 1970년대 들어 정신병리학의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리플리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생겨나서다.
이들은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세계를 '진짜'라고 믿고,자신이 생활하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반대의 현상을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라 부르고 있다.
신정아씨의 가짜 박사학위 소동을 두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재능있는 신씨'라고 제목을 붙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신씨 사건 이후,저명인사들의 가짜학력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유명 학원강사들의 학력조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5년 전에도 방송인으로 한창 인기를 끌던 황인태씨의 학력위조가 들통 나 방송가가 발칵 뒤집혔는데,최근의 잇따른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위주,경력중시의 고질적인 풍토가 더욱 곪아버린 때문일 게다.
리플리 병 환자들은 사회적인 출세욕이 강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은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그 중에서도 학력위조를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빗나간 야망이 통할 만큼 우리 사회가 어수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지중해의 맑은 태양 아래 펼쳐지는 환상적인 자연풍광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지만,야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영국의 여류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인데,영화의 주인공도 '리플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재벌의 아들인 친구 그린리프를 죽이고서,죽은 친구로 신분을 위장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이 먹혀 들면서 완전범죄로 끝나는 듯했지만,결국 죽은 친구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모든 일이 들통나게 된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이 리플리가 1970년대 들어 정신병리학의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리플리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생겨나서다.
이들은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세계를 '진짜'라고 믿고,자신이 생활하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반대의 현상을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라 부르고 있다.
신정아씨의 가짜 박사학위 소동을 두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재능있는 신씨'라고 제목을 붙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신씨 사건 이후,저명인사들의 가짜학력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유명 학원강사들의 학력조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5년 전에도 방송인으로 한창 인기를 끌던 황인태씨의 학력위조가 들통 나 방송가가 발칵 뒤집혔는데,최근의 잇따른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위주,경력중시의 고질적인 풍토가 더욱 곪아버린 때문일 게다.
리플리 병 환자들은 사회적인 출세욕이 강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이들은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그 중에서도 학력위조를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빗나간 야망이 통할 만큼 우리 사회가 어수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