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가 25일 피랍 한국인 23명 중 1명을 살해했고,8명은 석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함에 따라 남은 피랍자의 안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석방 협상도 중대 기로에 섰다.

피랍자 석방 여부를 놓고 외신들이 혼선된 보도를 내놓았던 것과 관련,정부는 탈레반 조직 내의 내분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협상파가 한국·아프간 정부,미군 공동 협상단과 '패키지 딜'을 하는 사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강경파가 반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서로 다른 노선을 표방하는 다수의 상대와 한꺼번에 협상을 벌여야 하는 곤경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나머지 피랍자의 안전은

아프간 정부로부터 거액을 건네받은 시점에 인질 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탈레반은 일단 실리를 챙긴 데다 향후 협상에서 인질의 추가 살해 가능성을 위협함으로써 포로 또는 추가 금전을 건네받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력이 높아진 탈레반의 요구 수준은 더욱 커질 게 확실하고,인질의 몸값은 치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죄수를 인질들과 맞교환하지 않는다"는 아프간 정부의 완강한 태도가 남은 한국인 인질들의 무사 석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프간 외무부의 술탄 아마드 바힌 대변인은 탈레반의 맞교환 요구에 대한 외신의 질의에 "죄수를 인질들과 맞교환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은 종전과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이다.

사실상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프간 측이 포로 맞교환을 전격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희생의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거액의 몸값 전달

정부는 당초 23명 전원 석방을 약속받고 납치 세력과 '패키지 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 세력은 몸값,죄수 석방,자신들의 안전 등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내놓으며 약속이 지켜질 경우 23명을 모두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먼저 요구 조건을 만족시킨 정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수의 인질을 순차 석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이 납치세력에 거액의 몸값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후 8명 석방설이 나왔다.

정부는 당초 "전원 석방을 보장받지 않고 일부만 데려오긴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석방이 됐다면,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이날 오후 석방자의 신병을 확보한 후 안전한 바그람 미군 기지로 이동시켰고,한국 동의부대가 이들을 인도받았으며,이들은 두바이를 거쳐 민항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무장단체 내분 가능성에 촉각

정부는 무장 단체 내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납치단체가 요구한 것이 여러 가지이고,이 중 일부가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경파의 방해 공작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디는 탈레반 죄수 8명의 석방을 요구했으며,26일 오전 1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를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탈레반 죄수들은 다국적군 수용소에 분산 수감돼 있어 파병국과의 국제 협상을 거쳐야 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