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지대 사건에 이어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취지의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19일 경기대 전 이사들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임원취임승인취소가처분소송에서 기존 판례를 뒤집는 새로운 판결을 선고했다.

취임 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 임원들이 원래 정해진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해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는 판결이다.

지금까지는 분규가 발생한 사학의 이사진에 대해 교육부가 해임 처분을 내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사의 정규 임기가 끝나면 소송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 당사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게 대법원 판례였다.

대법원은 "선행 행정 처분의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확인한다면 (계속해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등) 잘못된 행정 처분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며 판례 변경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소송 결과 해임된 이사들의 권리가 회복되고 임시이사의 직무 권한이 상실되면 '종전 이사들이 후임이사 선임 때까지 긴급처리권을 갖고 후임 이사도 선임할 수 있다'고 밝혀 사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취지의 판결임을 분명히 했다.

경기대 사건은 2004년 손모 총장이 교수 임용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자 교육부가 김모씨 등 임원들이 직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내리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임기가 지난 이들이 소송 당사자 자격이 있다며 과거 판례를 뒤집었으나 이번 사건 교육부의 해임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들의 상고는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사학의 자유에 기초한 국민의 권리 구제 및 분쟁의 실질적 해결을 도모하고 시간의 경과에 관계없이 '부당한 임시이사 체제'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