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의 환경설비업체인 민수설비.이 회사 이충민 사장(37)은 최근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법인을 세운 지 딱 11개월 만이다.

중국에서 큰 사업을 일으켜 볼 것이라던 꿈이 1년도 안돼 무너진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는 쓰고 난 기름이나 물을 재생하는 설비를 만드는 회사다.

기름을 재생해서 쓰면 원가를 10% 줄일 수 있는 회사가 많아 잠재 수요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경쟁이 치열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 이 사장이 중국 진출을 생각한 것은 중국의 정책변화 때문이었다.

과거와 달리 환경오염방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중국에 가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거의 1년간 그는 중국기업과 단 한 건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이 사장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항상 빈손이었다.

그나마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들과 몇 건의 계약을 성사시켜 버틸 수 있었을 뿐이다.

이상한 것은 중국기업에 제품을 보여주면 "정말 좋은 물건"이라고 큰 관심을 보이며 칭찬을 하지만,계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음엔 가격을 깎으려는 협상술인줄 알았다.

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공장 간부들은 그동안 쓰고 난 폐기름 등 폐기물을 내다 팔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워 왔다.

하지만 재활용 설비가 들어서면 돈줄이 막힐 수밖에 없어 구매를 꺼린 것이다.

원가를 줄여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은 자신의 주머니를 먼저 걱정하는 회사간부들의 머릿속에 자리하지 못했다.

이 사장은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지금 짐을 싸고 있다.

중국은 최근 부정부패를 없애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공직자부패감독기구도 설치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서슬퍼런 강경책도 연일 쏟아진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반공개적이었던 리베이트가 이젠 비공개로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지하로 잠수할 뿐이다.

중국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의 사슬은 정말 강한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