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드리운 '고성장 그림자'
'깨져버린 중국(Broken China) '.미국 비즈니스위크 최신호(7월23일자)의 커버스토리다.

고도성장의 어두운 그늘이 중국사회를 뒤덮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약과 식품,식수원을 덮어버린 오염물질,납 수은 등이 묻어나는 공산품들이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로막기 시작했다는 것.해외에선 이미 '차이나 프리(China-Free·중국에서 생산되지 않음)' 부착 상품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 상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며 차이나 브랜드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에 드리운 '고성장 그림자'
베이징 인민대 천수촨 교수는 13일 "양적 팽창 우선주의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단언했다.

빠른 성장에 대한 욕심이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는 것.대표적인 게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의 유해 식품이다.

소금과 두부로 둔갑한 석회가루,양잿물에 절인 골판지로 만든 종이만두,가짜 계란,엉터리 생수 등등…. 최근엔 독성물질이 들어간 치약이 각국에서 판매 금지됐고,유해물질을 넣은 사료로 키운 어류가 미국과 무역 마찰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 드리운 '고성장 그림자'
병을 고치기 위해 먹은 약 때문에 사망했다는 기사는 중국 언론의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성공이라는 목적이 최고의 가치가 되면서 수단을 합리화해 목숨마저 경시하고 있다"고 중국 식품의약안전국 관계자는 말했다.

환경오염 역시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전국에 수질 관리 비상령이 발동됐다.

중국에 드리운 '고성장 그림자'
중국의 3대 호수 중 하나로 우시 등 주변 도시의 식수원인 타이호가 정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되자 장쑤성 정부는 주변 공장 2000여개를 폐쇄토록 했다.

중국 언론에는 거의 매일 원자바오 총리가 강이나 호수에서 비커를 들고 오염을 체크하는 사진이 게재되고 있다.

또 빈부의 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연금 복지 등 사회안전망이 개혁개방 이전보다 크게 후퇴,중국 사회의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농민들이 도시로 무작정 이주,도시가 빈민화하고 있는 것도 성장 우선주의가 가져온 그늘 중 하나다.

중국에 드리운 '고성장 그림자'
문제는 이런 장애 요소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고,해결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식품업체 중 90%는 종업원이 10명 미만인 영세업체다.

가내공업을 하는 이들에게 안전기준을 들이밀어봐야 효과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몽땅 폐쇄한다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도 문제다.

비즈니스위크는 중국의 환경오염 감시 요원은 6만명이고 미국은 1만7000명이지만 그 숫자가 의미없는 이유는 기업과 관리의 결탁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개혁개방 후 28년간 연평균 9.5%의 고도성장을 유지해온 중국.비록 늦었지만 이젠 화려한 외양이 아닌 곪아가는 내부를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