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일본 내에서도 '과연 엔저가 국익에 도움이 되나'라는 회의적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국가 경제의 위상도 함께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일본의 달러 환산 정부개발원조(ODA) 규모도 감소해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후진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적 원조인 ODA는 일본의 경우 예산 삭감에 엔화가치까지 떨어지면서 달러 환산 기준으로 과거 최고일 때에 비해 최근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원조국 자리를 영국에 내준 데 이어 올해는 독일 프랑스 등에도 뒤져 5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또 1993년 세계 1위였던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국제 순위도 거품경제 붕괴 후 저성장에다 엔화 약세로 2005년 세계 15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들의 원자재 구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벽걸이TV의 액정패널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인듐(Indium)의 최근 수입가격은 수요 증가와 엔저 영향 등으로 2003년에 비해 약 8배로 뛰었다.

이에 따라 샤프 등 액정 TV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해외자원 구입에서도 일본 상사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엔저로 혜택을 보고 있는 수출기업들도 지나친 엔화 약세에 대한 의존이 '마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엔 약세에 익숙해지면서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엔저 혜택을 보는 동안 비용 절감이나 신제품 개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