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보험사의 초청으로 금융자산만 30억원 이상 갖고 있는 슈퍼 리치(super rich)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강의보다는 그들이 갖고 있는 올 하반기 이후 투자전략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슈퍼 리치들은 대내외 경제와 앞으로 닥칠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와 우리 경기는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선진권에서는 유럽과 일본이,개도국 중에서는 중남미와 중앙아시아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자산시장은 부동산보다는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뒤늦게 뛰어든 질이 낮은 투자자금의 유입 등으로 주가의 변동성이 커져 개인들이 직접 투자해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시각은 개인들이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것은 가능한 한 자제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금,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전망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그만큼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미 관련 상품에 투자했거나 앞으로 투자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예술품,골동품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전망과 관심을 토대로 하반기 이후 슈퍼 리치들의 투자전략을 요약해 보면 우선 주식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의 변동성과 이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직접 투자보다는 인덱스 펀드나 적립식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는 점이 증시에 뒤늦게 직접 뛰어드는 일반 투자자와는 달랐다.

직접 투자한다면 중국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는 슈퍼 리치들이 의외로 많았다.

중국의 인구와 베이징 올림픽,상하이 엑스포 등의 재료를 감안할 때 음식료업과 금융업,건설업,건설자재업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핵심 기업의 주식을 매달 일정 금액씩 사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세계적인 주식투자 전략가인 제라미 시겔과 맥을 같이하는 투자전략이다.

올 하반기 이후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펀드에 대해서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유럽펀드와 일본 펀드에,수익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중남미·중앙 아시아 펀드와 원자재 등 각종 섹터펀드를 선호했다.

전체적으로 후자보다 전자를 더 선호해 전통적으로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한국 슈퍼 리치들의 투자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애착은 여전히 높았으나 실제 투자엔 보수적이었다.

이제는 투자원금이 워낙 커진 데다 정부 규제와 세제 등의 투자비용이 높아져 손에 들어오는 실효수익률이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각종 착시현상 때문에 실수요는 몰라도 수익 그 자체만을 위해서는 부동산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또 인플레 압력에 따라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채권과 채권형 상품에 대해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관심이 적었다.

예술품,골동품에 대한 투자는 이전보다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으나 수익만을 위해서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어 최근 예술품,골동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중개시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선진국 슈퍼 리치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부동산에 갇히고 돈을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에서 움켜쥐는 소위 '졸부형' 슈퍼 리치들이 여전히 많은 점이다.

인생의 행복과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진정한 의미의 슈퍼 리치는 부동산에 갇히기보다는 열리고 남을 배려하는 가운데 돈을 버는 부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