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라는 광풍이 몰아친 지 10년.거센 바람에 찢겨진 상처는 모두 아물었을까.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9일 각각 아시아 외환위기 10년을 주제로 한 기사를 통해 "한국 태국 등 외환위기에 휘말렸던 동아시아 5개국의 경제가 10년 동안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다"며 투자 부진과 정치 불안,과도한 외환보유액 등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아시아 외환위기 10년‥저성장ㆍ투자부진…상실감 여전
두 신문은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5개국(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최근 경제성장률이 아직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공통적으로 주목했다.

2000~2006년 5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5%로 1990~1996년(7.5%)에 비해 2.5%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투자 부진이 꼽혔다.

1995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했던 5개국의 평균 투자 규모는 작년에 24%로 떨어졌다.

중국(40%)에 비해서는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또다시 실패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이들 5개국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이는 데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해외 투자가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도 이들 국가의 투자 부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극심한 경제 불안에서 촉발된 정치적 혼란도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태국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필리핀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는 등 정치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금융 개혁 수준도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 금융회사들이 최근 들어 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이는 저금리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10년‥저성장ㆍ투자부진…상실감 여전
뉴욕타임스는 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수출 일변도의 경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티모시 가이스너 총재는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보다 내수시장을 키우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의 수준은 과도하다"며 "비대해진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