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상환 압박 해소..지배구조 개편 신호탄될 수도

삼성카드의 상장이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상장 목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의 기업 공개는 투자를 통한 자금조달 목적이 크지만 삼성카드의 경우 좀 더 다층적인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내년 6월로 다가운 전환사채(CB) 상환부담을 줄이고 에버랜드-삼성카드-삼성전자[005930]-삼성생명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종국에는 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설명이다.


◇ 자금조달 목적은 아닌 듯 = 증권시장에 기업이 상장할 때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직접금융시장에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를 집행, 장기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상장은 이 같은 측면에서의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삼성카드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600만주의 신주를 공모하고 기존 구주 600만주를 내다 팔아 총 5천76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는 상장 후 기준 전체 지분 1억533만주 중 11%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자금조달이 주목적이었다면 신주 발행 물량을 더 늘렸을 공산이 크다.

상장으로 인한 신용등급 개선, 회사채 발행금리 하락 등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가의 분석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보유지분,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존재만으로도 '삼성그룹이 망하지 않는 한 삼성카드도 망하지 않는다'는 분석에 시장참가자 모두가 동의한다.


◇ CB 부담 완화 효과 = 금융가는 삼성카드 상장의 단기적인 목적으로 2008년 5월말로 만기가 돌아오는 CB 문제를 들고 있다.

삼성카드가 2003년 6월 발행한 CB 물량은 8천억원. 현재 잔고는 7천982억원이다.

당시 삼성카드는 상장 시 CB의 수익률을 5%(표면금리 2%), 비상장시 9%(표면금리 2%)로 걸었다.

5년 복리로 계산할 경우 삼성카드는 상장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5월말에 1조1천347억원(표면금리 2%는 매년 연말에 지급)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비해 삼성카드가 상장할 경우 지급액은 2천억원 줄어든 9천300억원 정도다.

또 CB가 주식으로 많이 전환될수록 갚아야 할 금액은 줄어들며 부채비율도 낮아지는 선순환의 구도가 성립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자금조달 능력에 비춰볼 때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회사채 등을 통해 단기간에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쉬운 일도 아니다"며 "상장과 CB간에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전자는 이 자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삼성그룹의 제조업과 금융업간 방화벽을 쌓는다는 가설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도 삼성그룹의 삼성카드에 대한 지분율이 40% 가량이어서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며 "전반적으로 CB 등 자금사정보다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상장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상장은 2002년부터 예정돼왔던 일"이라며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