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대원 `폭로 선언' 대응에 경찰청장 조사도 결정해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늑장ㆍ외압 및 한화 측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거침없던 행보가 이번 주초 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된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이 검찰이 자신의 결백을 해명해주지 않으면 "(외압과 관련한)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반발하고 있고, 최기문 전 경찰청장까지 여러 차례 소환한 터여서 이택순 경찰청장에 대한 조사 여부 등도 결정해야 할 시점에 됐기 때문이다.

또 김 회장 등에 대한 법원 선고가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어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추가 기소할 혐의를 찾아냈다면 그 전에 이를 반영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 강 전 과장 `외압 폭로' 발언에 민감 = 강 전 과장의 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돼 그 출처에 대한 의혹이 지난 22일 보도되자 강 과장은 서울중앙지검장실을 직접 찾아가 10여분간 거칠게 항의했다.

수사팀이 강 전 과장을 달래 지검장 면담 등은 무산됐지만, 그는 다음 날 오전에도 기자실을 찾아 "사건을 벌써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위의 지시가 있어 (수사를) 못했던 것을 다 밝히겠다"고 했다가 역시 수사팀의 설득으로 "25일 검찰의 반응을 보고 양심선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발 뺐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강 전 과장을 비롯한 경찰 및 한화 관계자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늑장수사나 외압'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검찰이 상당 부분 확보했고, 그가 막바지 수사에 장애가 될 발언을 하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강 전 과장이 자신의 금전 거래 의혹을 검찰이 벗겨주면 수사에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직접 외압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검찰에 협상을 시도 중이거나, `뭉칫돈' 보도에 대해 "팩트가 상당히 틀리다"고 설명하고 있는 검찰이 거꾸로 이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 이택순 청장 소환 여부도 부담 = 법원이 김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잡자 검찰도 숨가쁘게 장희곤 전 남대문서장,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남승기 광역수사대장,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최기문ㆍ유시왕 한화 고문 등을 몇차례씩 불러 조사했다.

최 고문 등 한화 관계자가 사건 발생 직후나 수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에게 `부적절한 접촉 또는 청탁'을 한 것이 수사 주체가 광역수사대와 남대문서를 오가는 `핑퐁게임'이 되게 하거나 `수사지휘 소홀'을 초래한 원인이 됐는지,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은 없는 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외압이나 상부 압력 등 `보이지 않는 손'이나 금전거래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없었겠느냐는 것.
또 전직 경찰총수가 `사건을 잘 봐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해서 수사를 지연하거나 지휘를 소홀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현직 수뇌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이택순 경찰청장이 한화 관계자와 동반 라운딩한 의혹이 일고 있는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이 청장 주변에 대해 통화내역 조회 등을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혐의를 벗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이 청장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을 검찰청사로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과 치안 총수라는 점을 고려해 서면 또는 방문 형식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