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2007년 아시안컵축구 정상 등극을 노리는 베어벡호가 '약속의 땅' 제주도 서귀포에서 소집훈련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29일 이라크와 평가전(오후 8시.제주월드컵경기장)을 앞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시작된 첫 훈련부터 강도 높은 미니게임을 통해 포지션별 '주전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보슬비가 뿌리는 가운데 23명 전원이 모인 대표팀은 가벼운 패스 훈련으로 몸풀기를 마친 뒤 8명씩 두 팀으로 나눠 1시간여 동안 4차례의 미니게임을 치렀다.

다만 이천수(울산), 조재진(시미즈), 김정우(나고야)는 가벼운 부상으로 미니게임에서 빠진 채 최주영 의무팀장과 함께 회복훈련에 나섰고, 왼쪽 무릎이 좋지 않은 이동국(미들즈브러) 역시 압신 고트비 코치와 따로 재활훈련에 몰두했다.

이날 미니게임에선 송종국(수원)-손대호(성남)-김치곤(서울)-김치우(전남)조는 김동진(제니트)-강민수-김진규(이상 전남)-오범석(포항)조를 맞아 포백(4-back) 수비 대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이호(제니트)와 김상식(성남)이 서로 '적군'으로 나서 베어벡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두현(성남)은 공격과 허리를 오가면서 날카로운 찔러주기 패스를 선보였고, 이근호(대구)와 염기훈(전북)도 적수가 돼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을 펼친 이날 미니게임에서 득점은 최성국(울산)이 유일했다.

특히 베어벡 감독은 미니게임 도중 자주 휘슬을 불어 멈추게 한 뒤 선수들에게 "수비수 뒷공간과 빈자리를 잘 찾으라"는 전술지시를 내렸고, 자기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오장은을 따로 불러 정확한 포지션을 지적해주기도 했다.

이날 치른 미니게임의 목적은 이라크와 평가전은 물론 아시안컵에 나설 포지션별 베스트 11의 윤곽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서귀포 훈련의 목적은 선수들이 자기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며 "가장 적절한 베스트11을 찾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첫 훈련 소감에 대해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좋은 합의점을 찾아 기쁘다"며 "첫날부터 좋은 훈련을 치렀다.

훈련장도 맘에 든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표팀 '고참' 김상식도 "축구팬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과 김남일(수원)이 부상으로 빠졌다고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기에 모인 23명의 선수들 모두 뛰어난 선수"라며 "선수 전원이 뭉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