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 中에 조선소 건설 … 한국에 설욕전 의지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 내 생산기지 확보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수성과 탈환'에 나선 한·일 조선업계가 중국에서 '2라운드'를 펼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0여년 만에 설비 증설에 들어간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에 초대형 조선소를 건설키로 하면서 한국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나섰다.

2000년 이후 세계 조선시장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준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본격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日 조선업계도 中으로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중국 원양운수집단(COSCO)과 공동으로 중국 다롄(大連)시에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2010년까지 건설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총 투자액은 600억엔(약 4600억원)으로 벌크선을 주로 건조할 계획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새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최대 150만GT(총 t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초대형 조선소를 일본이 아닌 중국에 건설키로 한 것은 품목별로 글로벌 분업 체제를 구축,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미 일본 조선사들은 자국 내 설비 증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IHI)은 아이치현조선소에 30억엔(약 24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쓰비시중공업도 2010년까지 400억엔을 투자해 나가사키조선소와 고베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현재 156만GT에서 10% 늘리기로 했다.


◆중국서 한·일 조선 '맞짱'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에 앞서 중국에 조선소나 블록(선박 건조용 구조물)공장을 늘려왔다.

옌타이(煙臺)시에 블록공장을 설립한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닝보(寧波)의 블록공장을 확장하고 있으며 STX그룹은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조선소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한진해운도 최근 저장성 취산도에서 17만평 규모의 수리조선소 건설에 들어갔다.

이처럼 중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던 국내 조선업계가 앞으로는 일본 업체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생산비용이 싼 중국에서 본격적인 증산에 나설 경우 국내 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일본이 최근 30여년 만에 일본 내 투자를 확대키로 한 것은 비용 경쟁력이 떨어져 큰 의미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중국 내에 초대형 조선소를 짓기로 한 계획은 한국과 다시 한번 세계시장을 놓고 '맞짱'을 뜨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新 삼국지'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 진출을 본격 추진하면서 세계 조선시장이 한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틀어지고 있다.

일본이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할 경우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다른 조선업체들 역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세계 조선업계 경쟁구도가 한·중·일 삼각구도로 확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