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2구역의 착공 기사가 보도됐던 지난 18일 오전 기자에게 한 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왕십리뉴타운 3구역의 조합관계자라고 밝힌 오모씨는 "기사 내용 중 왕십리뉴타운 3구역의 일반분양 물량은 836가구인데 357가구로 잘못 보도됐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을 부풀려 사기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쏟아져 정상업무가 안 될 지경"이라고 억울해 했다.

기자는 보도자료를 제공한 서울시와 성동구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오전 자료를 제공할 때부터 왕십리뉴타운 3구역의 일반분양 물량은 표시한 적이 없다"며 성동구 쪽에 책임을 전가했다.

반면 성동구는 수치가 잘못 나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분명히 서울시에 자료를 정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성동구가 정정을 요청했다는 시점이 신문의 초판 기사송고 마감시간인 오후 4시가 훨씬 지난데다 정작 출입기자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동구에서 17일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자료를 수정해 달라는 요청만 했지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달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변명에 급급했다.

손발이 맞지 않는 성동구와 서울시 공무원들 때문에 18일 오전 왕십리뉴타운 착공 기사를 보도한 대다수 매체가 오보를 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성동구는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이 순간까지도 공식 정정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숫자 하나 틀린 게 뭐 그리 대수냐"며 은근 슬쩍 넘어가려는 공무원들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기사가 왕십리뉴타운 2구역에 관한 것이어서 3구역 분양물량을 미처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기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도자료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성동구나 서울시 역시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재빨리 바로잡으려 했다면 대규모 오보사태는 막았을 게다.

잘못된 보도로 '사기꾼'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조합 관계자와 내집마련에 잔뜩 부풀었던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이들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태도야말로 요즘 공직사회에서 불고 있는 '퇴출 1순위'는 아닐는지.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