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지난 주말로 개장한 지 보름을 넘겼다.
하루에 수만명이 몰릴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던 개장 초기 풍경은 사라지고,30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주말에도 이곳저곳 빌 정도로 한산해졌다.
구찌,페라가모 등 일부 브랜드 점포에는 쇼핑객이 몰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상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쇼핑객들의 발길이 주춤해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첼시가 '명품급' 브랜드를 충분히 유치하는 데 실패,쇼핑객들이 고를 만한 브랜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프라다,펜디,셀린느,에트로,발리가 없네
여주 아울렛의 상품 구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백화점 명품 매장과 비교해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명품 매장(지상 1층,지하 2층) 내 45개 브랜드 가운데 여주 아울렛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는 구찌,페라가모,돌체앤가바나,에스카다,막스마라,미쏘니,센존,발렌티노,버버리,코치 등 10개에 불과하다.
갤러리아 이스트(120개)와 비교해도 겹치는 브랜드는 18개다.
신세계 본점 신관 1층(7개)에 들어선 브랜드 중에서도 프라다,셀린느,크리스찬 디올이 빠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빅3'는 일본의 대표적 프리미엄 아울렛인 고템바 매장에도 없으니 그렇다 쳐도 에트로,발리처럼 인지도 높은 수입 브랜드가 빠진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유명 브랜드는 '여주 입성(入城)'을 못한 것일까,아니면 하지 않은 것일까? 프라다,에트로,발리,펜디,셀린느,웨어펀(겐조,아이그너 수입) 관계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우리 쪽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첼시는 지난해 5월께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다 등이 입점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아울렛이 백화점 등 정상 매장의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셀린느 관계자는 "여주 아울렛이 새로운 명품 수요층을 만들지,아니면 정상 가격으로 살 고객을 아울렛으로 빠지게 만들런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여주 아울렛의 쇼핑객이 현재처럼 대부분 서울,분당 지역 사람들이라면 곤란하다"며 "지방 쇼핑객이 어느 정도일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여주 아울렛이 새로운 명품 수요층 창출에 성공할 경우 미(未) 입점 브랜드들이 이곳을 노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 정기 세일 끝나는 7월 초가 쇼핑 적기
상품 부족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6일 찾은 구찌,페라가모,휴고보스 매장의 경우 여전히 핸드백,구두,벨트 등은 다양한 사이즈를 갖추지 못했고 고를 만한 모델 자체가 없어 쇼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페라가모 관계자는 "국내에 할당된 물량에 한해 아울렛에 공급하는 게 원칙이고,현재로선 본사 측에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구찌 관계자는 "백화점 정기 세일이 끝나고 나서 재고가 남아야 아울렛에 물건이 들어온다"며 "대체로 스타일이 튀거나 쉽게 소화하기 힘든 제품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버버리는 물건이 부족할 경우 아시아지역 유통 물량도 가져온다는 방침이다.
한편,113개 입점 브랜드 매출을 지난 10일 조사한 결과 10위권에 포진한 브랜드(가나다순)는 구찌,나이키,버버리,휴고보스,빈폴,아디다스,아르마니,페라가모,폴로,MCM 등으로 4일 조사와 비교하면 제냐,코치가 빠지고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가 새로 입성했다.
박동휘/안상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