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가칭)이 15일 국회 재경위 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자본시장 빅뱅'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이 법안은 증권업계의 지각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권사는 벌써부터 자기자본을 늘리고 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등 금융투자회사(투자은행)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또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로운 금융신상품이 쏟아지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소비자 금융자산 이동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본시장 선점 무한경쟁 돌입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대부분 없애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 수 있게 하고 △증권사에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의 겸업을 허용하며 △은행만이 할 수 있던 지급결제를 증권사도 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의존해왔던 증권사로서는 대형화와 수익구조 다양화를 통해 은행 보험 등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생겨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자기자본 확충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PI) 확대 △M&A 상품 개발 등 투자은행(IB) 업무 강화 △전문 인력 확보 △해외시장 진출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 대우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대신 미래에셋 등 대형사들은 대부분 종합 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시장 1위인 대우증권이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원으로 늘려 PI를 강화하고,자산관리 영업에 주력하던 삼성증권이 PI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소형사들은 특화된 증권사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채권과 자산관리 △SK증권은 자산관리 △교보증권은 중소기업 중심 기업금융회사를 표방하면서 관련 사업의 강화를 추진 중이다.

◆증권·자산운용사로 자금 이동

펀드 붐에 이어 증권사에 대한 소액 지급결제 허용은 시중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증권사가 은행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은행권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CMA는 지급결제 기능이 없는데도 시중 단기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CMA 잔액은 지난 4월 말 현재 16조2649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5482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1월 79조7000억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M&A로 업계 재편 불가피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새로운 금융환경에서는 몸집이 큰 증권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단기간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우리투자 NH투자 서울 동부증권 등은 공개적으로 다른 증권사 인수 의향을 밝혔다.

국민은행 기업은행 LIG 롯데 등도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교보 SK 한양 CJ투자증권 등은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M&A설에 시달리고 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증권사들은 사업모델이 비슷해 소형사와 소형사 간 M&A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업계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형사와 대형사 간 합병을 통해 초대형 금융투자회사를 만들거나 대형사가 중견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