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4사가 불참했다는 이유로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사용자가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의 집단파업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12일 사용자협의회와 제4차 산별교섭을 가졌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파업 등에 대한 공방만 벌이다 교섭을 전혀 진전시키지 못했다.

금속노조 산하 220여개 사업장 중 90여개 사업장(조합원 2만2000여명)이 소속된 사용자협의회 측은 이번 산별교섭에서 "합리적인 산별교섭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과 명분이 조성돼야 한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금속노조에는 230여개 개별노조와 조합원 14만3000여명이 가입해 있으나 이 가운데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 4사와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S&T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을 비롯 130여개 사업장(노조원 11만8000여명)의 사용자가 산별교섭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완성차 4사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별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며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7월 중 산별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총파업 등 강경투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별교섭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금속노조의 중앙집행부가 산하 지부 및 지회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이 이중교섭과 이중파업을 벌이는 구조 아래에서는 사용자 측이 교섭에 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경제를 고려할 때 미국처럼 산별노조 대표가 회사 측 대표와 협상을 벌이는 대각선 교섭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도 "산별교섭을 벌이는 유럽은 기업 단위에서 파업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산별노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노조 스스로 자제력을 발휘해 기업 단위의 파업을 한시적으로나마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역시 대형 노조들이 기존의 기업별 체제 때 획득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산별교섭을 벌인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의 정치세력 확대를 통해 사용자를 압박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