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탔다는 소식은 우리를 참으로 서글프게 만든다.

국민연금의 실상을 소상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국책연구기관의 이율배반적 행위는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다름 아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킬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다.

아울러 이번 일은 국민연금 개혁보다 특수직 연금의 개혁이 더욱 시급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을 탈출한 국책연구기관은 KDI만이 아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등도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옮겨갔고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도 사학연금으로 전환신청을 하는 등 국책기관들의 국민연금 탈출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학연금이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적인 데다 연금 수급률도 훨씬 높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의 국민연금 탈출이 불법(不法)은 아니다.

1983년 사학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대학원을 설치,운영하는 연구기관으로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곳의 교수요원 및 연구요원은 가입이 가능하다'는 특례규정을 만들었고 2005년에는 이들 기관 사무직 직원도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더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책기관들까지 이런 식으로 국민연금을 빠져나간다면 강제가입 규정에 따라 선택권을 원천봉쇄 당한 채 꼬박꼬박 연금을 내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정부는 KDI 등 국책연구기관들에 대해 왜 이런 특례를 허용했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소상히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학연금을 비롯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연금 개혁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대변해준다.

2047년이면 국민연금이 파탄난다느니,연금수령액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느니 하면서도 이런 기관과 공무원 군인 등은 쏙 뺀 채 서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더구나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혈세(血稅)까지 동원해 적자를 보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가 누차 강조했듯 특수직 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형태의 전면적 연금제도 개편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