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금피크제 확산
최근 들어 주요 대기업들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기업과 금융회사에서 간혹 도입됐던 임금피크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 이어 LG필립스LCD LG마이크론 등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LG그룹 계열사는 모두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58세로 연장하고 55세를 정점으로 매년 10%씩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실시키로 했다.

또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S전선도 지난주 초 임단협에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53세부터 임금 인상을 정지(호봉 승급은 유지)하며 △59,60세는 피크 당시 임금의 85%를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아세아제지삼립식품은 지난해부터,유한킴벌리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들은 모두 정년을 2~3년 늘리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는 임금 인상을 정지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알게 모르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은 대부분 노조 상급단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보전 수당(삭감 임금의 50%를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제도)을 신청한 기업이 지난해에는 37개사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선 지난달까지만 48개사에 달했다.

김영기 LG전자 인사담당 부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성과별,직무별 보상체계를 갖춰 나가야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우선 현실적 대안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