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력 키우자" 동정업체 인수戰…사모펀드도 '큰손'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서로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덩치 키우기'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사모펀드까지 M&A 대열에 합류,IT 업체의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톰슨 파이낸셜이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한 달 동안 이뤄진 M&A는 최소 4960억달러에 달한다.

월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1910억달러의 거래가 미국 시장에서 이뤄졌으며 IT 업계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440억달러의 거래가 성사됐다.

올 들어 5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M&A 누적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안테나와 카메라 모듈 등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플렉트로닉스가 대표적.이 회사는 통신 및 전산장비 제조업체인 솔렉트론을 36억달러에 인수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플렉트로닉스는 미국 시장에서 솔렉트론과 경합을 벌여왔다.

최근 들어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설 과잉투자와 저가경쟁이 극에 달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M&A가 동원된 것이다.

플렉트로닉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맥나마라는 "이번 솔렉트론 인수로 사업범위 확장은 물론 비용 절감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소비재 시장 분야에서 지배력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도 IT업계 M&A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다양한 업종에 손을 대 왔지만 IT 업종에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어바이어(Avaya)가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들과 회사 전체 또는 일부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각 규모는 6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어바이어 외에도 시스코시스템즈와 노텔네트웍스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1년 전 어바이어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회사 경영진이 바뀌면서 없던 얘기가 됐다.

최근엔 실버레이크라는 사모펀드가 어바이어에 차입매수(LBO) 계획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업체인 팜도 지분 25%를 곧 매각할 전망이다.

인수 주체는 엘리베이터파트너스로 역시 사모펀드.또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업체 케이던스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인수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초에도 사모펀드의 IT 업계 투자가 이어졌다.

KKR 등이 SW업체 퍼스트데이터에 인수를 목적으로 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블랙스톤은 반도체 업체 프리스케일을 177억달러에 인수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사모펀드는 미국 이동통신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사모펀드 회사인 TPG캐피털과 골드만삭스캐피털파트너스(GSCP)는 지난달 미국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 올텔(All-tel)을 27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사모펀드가 이동통신 기업을 상대로 성사시킨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동안 대형 IT 업체 인수는 같은 업종의 대기업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사모펀드가 숟가락을 얹기엔 자금력이 달렸기 때문.HP가 컴팩을 인수하거나,오라클이 피플소프트 시벨 하이페리온 등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모펀드로 엄청난 돈이 몰려들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오히려 IT 업계 대기업들이 상대를 해내기 버거울 정도다.

스마트폰 업체인 팜도 매각 협상 초기에는 모토로라 노키아 등과 협상해 왔으나 얼마 가지 않아 결렬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규모 매각 대금을 한꺼번에 베팅하는 '공격성'에 있어서 사모펀드를 따라가긴 힘들다"며 "앞으로도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IT 업계 M&A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