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지난 1년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범여권 정파(政派)의 여론 지지도가 15%가 채 되지 않고 범여권 대권 후보의 여론 지지도를 다 합쳐도 15%가 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우리 국민은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원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50%를 오르내리고 있고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 합이 70% 가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광주광역시에서 이러한 한나라당의 대선(大選) 후보들 간에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수단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 당의 대선 후보들은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들은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에 대한 희망과 해답을 주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다음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경제를 살릴 뿐 아니라 현재 과거지향적 좌파세력과 포퓰리즘 정책이 주도하고 있는 이 나라를 확 바꾸어 선진화 혁명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정책토론회는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강력한 실천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우리 국민을 열광시키고 지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전략보다는 경쟁후보의 정책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함으로써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를 이끌 통 큰 지도자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이 상대방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도 제대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상처 내는 데 급급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에 실망한 우리 국민이 갈망하는 포용력 있고 품위 있는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데 실패하였다.

우선 다섯 명의 후보 중에 홍준표,원희룡,고진화 후보의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으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이 원하는 한나라당의 정책에 맞지 않는다. 홍준표 후보의 1인 1주택 공약(公約)은 자유시장경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포퓰리즘 정책이다. 그는 우리 헌법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생각으로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희룡 후보의 근로소득세 폐지 공약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현재도 국민의 50%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부(富)의 창출집단에 세 부담을 집중함으로써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고진화 후보는 많은 국민이 그가 왜 한나라당에 있고 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생각과 행동이 괴리(乖離)되어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소위 빅 투(Big Two)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경우 747(경제성장 7%,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과 줄푸세(정부 규모 줄이고,규제 풀고,법질서 세우자)로 대표되는 시장친화적 선진화 정책들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주어진 자원과 여건으로 국민총생산을 두 배 이상 증가시켜야 하는 제2의 대도약을 위해선 단순히 세금과 예산을 줄이고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해서 지속적으로 7%의 경제성장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제운용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나 열차페리와 같은 상대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도 상대죽이기식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장단점을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진정한 선진화 후보가 되기 위해선 낭비적 수도 분할과 공기업 지방이전,반시장적 종부세와 주택법,국민연금법 개정 없이 노령연금법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광주에 가서 또다시 지역주의를 선동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은 채 무작정 호남의 환심을 사려는 얄팍한 처신으로는 이 나라의 험난한 선진화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