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상장주식 시가총액 1조달러 시대를 열어젖혔다.

주가가 코스피지수 1700선마저 무너뜨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질주하고 있는 덕분이다.

증시 위상이 경제규모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서서히 올라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돼 가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증시가 일본 홍콩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 다섯 번째로 1조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은 증시 주변 환경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조선 철강 등 최근 장세를 주도(主導)하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호전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시중 부동자금이 연일 증시로 몰려들면서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13조원 선을 넘어섰다.

게다가 각종 경제지표는 잇달아 경기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고 글로벌 증시 또한 동반 랠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여건 역시 괜찮은 편이다.

경기회복세는 하반기 이후 더욱 가시화될 것이란 시각이 늘고 있고 세계 경제도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은 주식편입 비율을 늘릴 예정이고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도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대목도 없지가 않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1500,1600,1700선을 단숨에 돌파하며 조정없는 상승세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은 부담스럽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듯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공산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랠리를 선도해 온 중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과 이로 인한 파급영향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주변 분위기에 휩쓸린 뇌동매매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만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에 임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증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망국적 부동산투기의 재연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동탄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는 등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결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증시의 외형 확대에 맞춰 내실(內實)도 함께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수요기반의 대폭적 확충,시장감시 및 퇴출제도 정비를 통한 건전성 강화,증권업계의 국제화 등이 시급하다. 특히 외국계 자본과 경쟁하기 위해선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이 절실한 만큼 관련업계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구조개편의 속도를 한층 높여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