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분양원가 공개' 사실상 첫 판결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일 고양시 풍동 주공아파트 계약자대표회의 위원장 민모씨가 "아파트 분양가 산출근거를 공개하라"며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행정정보 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측 상고를 기각,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씨는 2004년 4월 풍동 주공아파트의 분양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해 주공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토지매입 보상비와 택지조성비, 건설사 및 분양자에게 판매한 토지의 평당 가격, 세대당 건축비ㆍ건설원가, 부대비용 등 7개 항목의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내 1ㆍ2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분양원가 자료는 영업상 비밀로 공개 대상이 아니다'는 피고측 주장을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해 관리하는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것인데, 분양원가 산출내역은 주택건설 사업과 분양업무라는 직무와 관련해 작성ㆍ관리하는 정보임이 분명해 정보공개법 적용 대상"이라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은 정보를 공개하는 게 원칙이고 예외로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피고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분양원가 산출내역을 알 수 있게 돼 분양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공기관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 참여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특수한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고, 분양이 종료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사업이 곤란해진다고 할 수 없어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원고는 항목별로 계산해 정리된 문서의 공개를 요구하지만 그런 문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피고측 주장도 "피고가 문서로 정리된 분양원가 산출내역 자료 정보를 보유ㆍ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원심이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민의 알권리, 주택사업의 공공성 등에 근거해 그동안 분양원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고,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반영돼 주택법이 개정된 상황에서 국민 여론과 입법 추세를 법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올 2월 인천 삼산주공아파트 입주자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한 주공을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이 소송은 `비공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개괄적 사유를 들어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여서 사실상 이번이 첫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주택사업에서 공공기관이 공개해야 할 정보의 범위를 규정한 것으로서, 개정 주택법의 적용 범위와는 상관 없이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주택사업에서는 모두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민간택지는 택지비와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가산비용 등 7개 항목을 공개하고, 공공택지는 택지비와 공사비, 간접비, 기타 비용 등 61개 항목을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 주택법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