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송사(訟事) 천국'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관련 송사이고,회사 측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를 타깃으로 한 적대적 M&A(인수·합병)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코스닥시장이 그만큼 혼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소송 급증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이 경영권 분쟁 등으로 소송에 휘말린 건수는 모두 9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54건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오기업인 리젠의 경우 지난 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제현 김재형 전 공동대표를 해임하고 최우식 신임 대표를 선임하자 전 대표 2명은 회사를 상대로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최 신임 대표는 전 대표들을 배임·횡령 혐의로 맞고소했고,그러는 사이 회사 주가는 상장 후 최저가인 2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파로스이앤아이와 휴대폰 부품제조 업체인 모티스도 현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진 상태다. 프로소닉은 사모펀드 아이해브드림으로부터 이사선임 취소 등의 피소를 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분쟁 중인 기업의 경우 대부분 영업실적이 엉망인 데다 주가도 널뛰기를 지속하며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 주주 소송도 잇따라

회사 측의 일방적인 경영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들도 소송에 나서고 있다. 넥스트코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만에 무려 세 차례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대해 증자에 따른 물량 부담과 지분 희석 등을 이유로 신주발행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최근 수개월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온 네오웨이브도 주주들이 보통주 711만주의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올 들어서 수 차례 소송 및 가처분 신청에 휘말렸다.

전문가들은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회사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힘들어 주가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기 쉽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태/문정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