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Exon-Florio Act)' 제정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 모임이 결성된다.

외국인으로부터 국가 기간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정계·경제계·학계·노동계·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사실상 '범국민 대표기구'의 성격을 띠는 모임이다.

특히 그동안 경제계 입장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노동계 인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모임은 다음 달 임시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목표로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여서 법안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정부와 격돌이 예상된다.

30일 재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노동계와 보수-진보 진영의 시민단체,학계 등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국가 기간산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이르면 31일 중 결성된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 왕상한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 자유화를 이유로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법안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가 안보와 국가 경제"라며 "6월 임시국회에 우리들의 주장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실제 정치권에선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이 각각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규제법''국가 안보에 반하는 외국인투자 규제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의 의원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 및 합작을 산업자원부 장관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안 도입에 반대해 온 정부,특히 재정경제부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경제계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학계와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정부를 포위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모임에는 민주노동당도 전문가 추천 등을 통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보수-진보 진영이 처음으로 함께 '기업 지키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전문가 모임의 향후 활동은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 제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 및 대국민 홍보활동 전개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력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한 공청회 개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 교수는 "이 같은 활동은 특정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며 "경제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모임 운영은 순수 민간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