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제37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유세가 한창이던 1968년.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맞붙어 탈락한 허버트 험프리의 불운했던 선거 캠페인 구호는 '행복의 정치'였다.

'행복의 정치'는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

당신은 운이 다한 민주당 후보의 허튼 소리라고 무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그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의 정치가 더 행복해진다면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정치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다정한 합의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분노와 행복은 양립할 수 없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입에 거품을 물고 분노하는 자유주의자들의 '당신이 화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대표적이다.

이 문구는 민주당의 공식적인 표어다.

심지어 민주국민연합의 웹사이트에는 '분노를 투표함에'라는 광고도 실려 있다.

우리가 '행복의 정치'를 하게 된다면 이런 분노의 방식 대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오히려 분노에 매몰돼 있는 골수 자유주의자나 보수주의자가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국립여론조사센터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35%가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 '중도적'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매우 행복하다'는 비중은 전체의 28%에 그쳤다.

당신이 믿기 싫겠지만 '행복의 정치'는 실제적으로는 케이블 TV에서 불관용과 불쾌한 선전·선동을 외쳐 대는 '극단주의자들의 정치'와 동의어다.

과장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이를 0에서 100까지의 점수로 환산한 미시간 대학의 조사 자료를 보자(100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사람을 좋게 평가한다는 뜻이다).'감정 온도계'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이 조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

2004년 데이터를 보면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는 보수주의자를 23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일반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통 60점 안팎의 점수를 준다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다.

극단주의자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동정심이 적고 화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여럿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마 정치적 견해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어떤 긍정적인 방식으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하다.

아무튼 극우와 극좌 성향의 사람들에겐 분노가 행복과 양립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극단주의자들이 행복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행복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난 올 한 해 내내 '행복의 정치' 속에 묻힐 것 같아 행복하지 않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아서 브룩스 공공행정학과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행복의 정치(The Politics of Happines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