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盈敎 < 동국대 총장 youngfive@dongguk.edu >

아침마다 한강을 건너서 출근한다.

압구정동 집에서 남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학교까지,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남산과 한강을 매일같이 본다는 게 행운이다.

눈이 편안하고 시원해진다는 게 행운의 첫 번째요,세계적인 대도시 치고 서울처럼 산과 물이 잘 어우러진 곳도 많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 데 이르면 행운의 두 번째 내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행운 중의 행운은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깨우침이다.

즉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로부터 배우는 삶의 철학이 내가 생각하는 행운의 참모습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당신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우주 만물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객관적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변화라는 끝없는 흐름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삼라만상이 사실은 실체(Being)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Becoming)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공자 또한 흘러가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논어 자한편)라며 변화와 지속의 중요한 개념을 갈파했다.

변화는 만물의 속성이니 군자 또한 이를 본받아 쉬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요즘 말로 바꾸면,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라는 말씀이다.

변화는 상대주의 철학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고,우리 삶의 법칙이기도 하다.

삶의 정의는 움직임이며,이는 곧 변화다.

변화야말로 삶의 실제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죽음에 대한 정의도 쉽다.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그것이 죽음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죽음의 영역에는 고정불변이나 완전무결과 같은 관념의 작용도 포함된다.

저 강물이 언제부터 흘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랜 세월 흘러갔을 물들을 생각하면 한강을 건너는 내 마음도 강물을 본받아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걸 느낀다.

알 수 없는 영역과 씨름하느니 지금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을 사랑하는 게 훨씬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간에서 나를 가리켜 '변화와 혁신의 선도자'라고 하지만,변화와 혁신은 이미 수천 년 전의 선배들께서 일러주신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시대 정신이라고 하는 게 있어서 변화와 혁신이 무슨 유행처럼 일종의 트렌드가 아닌가 하고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지 변화하지 않으면 삶의 법칙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단지 트렌드에 의존한 진단이 될 수 없다.

변화는 자연과 역사,그리고 우리를 지탱해 주는 삶 그 자체의 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