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가격이 호당(옆서 크기·22.7×15.8cm) 5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작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랑가에서 호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된 작가는 천경자 이우환 김형근 씨 등 몇 명뿐이었지만 미술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변시지 박서보 고영훈 씨 등이 여기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호당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는 천경자씨.그의 대표작 '초원 II'가 지난 15일 K옥션경매에서 12억원에 낙찰돼 '10억대 작가' 대열에 들어섰다.

'미인도'의 경우 지난해 호당 4000만원에서 최근엔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우환씨는 '뉴욕 소더비 프리미엄' 덕분에 스타가 된 케이스.'점으로부터'가 지난 16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8억원에 팔려 국내 작가 중 해외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화랑가에서는 1970~1980년대 제작된 '선으로부터'가 호당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 인사동 미술관가는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형근씨의 작품도 호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몽환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화풍 때문에 그의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이 많아 지난해 호당 500만~800만원선에 거래됐던 작품이 최근 3개월 사이에 호당 200만원 이상 뛰었다.

지난 2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김씨의 1992년작 6호 크기 작품 '자매'는 1억3800만원에 낙찰됐다.

추상표현주의 작가 박서보씨의 작품 가격도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대작 '묘법'이 1억원에 팔린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뉴욕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그의 작품은 지난해보다 2배 오른 호당 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견작가로는 극사실주의 작가 고영훈씨의 작품 가격이 호당 500만원을 넘어섰다.

한 점 그리는 데 3개월 이상 걸리는데다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옥션컨템포러리 경매에서 10호 크기 작품 '스톤 북'이 1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이밖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엉터리 감정'으로 파문이 일었던 변시지씨의 작품도 호당 1000만원을 호가한다.

변씨는 올들어 자신이 그린 소장 작품에 대해 화랑이나 컬렉터들에게 호당 1000만원 이하에는 팔지 않고 있다.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장은 "일부 작가들의 경우 작품성이 좋고 찾는 사람도 많아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추가상승을 기대한 일부 컬렉터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 없이 호가만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종린 명갤러리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이 기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들 작가들의 작품이 호당 1000만원의 가치가 있느냐는 반발심리가 일부 형성되면서 현 수준에서 더 이상 가격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