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가 활성화되는 지역이 많아지고 있지만 가정에서 부담하는 사교육비 총액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 증가했다. 하지만 교육비 지출은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보다 높은 6.1%에 달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이유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선택함으로써 절약한 돈 이상을 또 다른 사교육에 투입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원어민 강사들을 활용한 '조기 영어교육 전문학원',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대치동식 입시학원' 등이 대표적인 '방과후 학교 무풍지대'로 분류된다.

조기 영어교육 학원은 월 학원비가 50만~80만원에 달할 만큼 비싸지만 학교 영어교육 연령을 초등학교 3학년에서 1학년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자리가 없어 등록이 힘들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김현지씨(경기도 분당·38)는 "조기 영어교육 학원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방과후 학교 영어반에서는 1등을 할 만큼 학원과 학교의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영어교육만큼은 학원에서 시킨다"고 설명했다.

대학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가진 학부모들도 방과후 학교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B논술전문학원의 김모 상담실장은 "방과후 학교가 소수정예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논술교육이나 전문화된 영어,수학교육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교육인적자원부 방과후학교기획팀장은 방과후 학교가 제한된 영역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지적과 관련,"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정착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통계적으로도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